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쇼펜하우어의 말[편집]
아는 사람만 알 테지만, 내가 헤겔을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는 북해물과 알프스가 마르고 닳도록 말할 수 있다. 세상이 절대정신의 이성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는 개소리는 천박하다. 세상을 진정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욕망과 의지(Wille)이며, 이것은 우리가 더 높은 것을 갈망하게 하여 삶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그러나 욕망은 실체가 없어 철저하게 없앨 수가 없으며 우리는 단지 예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고통을 피하거나 금욕을 실천하여 해탈하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의지 가운데서도 가장 근원적인 의지는 바로, '살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간에, 나는 칸트의 후계를 자처하는 저 사이비 철학자, 헤겔을 이기기 위한 방법을 무려 서른여덟 가지나 만들었다. 네가 헤겔 같은 사이비 철학자들을 만나 궤변을 듣게 된다면 즉시 이 방법을 활용하여 다섯 배로 반박하라. 이 방법은 그들의 터무니없고 간사한 주장들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이것을 이용한다면 역으로 방어하는 방법을 고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는 자기 자신을 꼭꼭 감추고 다니기에, 논쟁에서는 대개의 경우 진실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를 잘 봐가면서 쓰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생떼 쓰는 미친놈 취급을 받으리라.
책의 서문[편집]
사회 민주화와 더불어 토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시와 강제의 권능이 사라진 곳에서는 어디서나 의견수렴의 과정이 필요하며, 가장 극적인 경우에는 구성원들 간의 논쟁으로 치닫게 된다. 철학적 논리학의 범주가 아닌 일상 속의 논쟁에는 논점 흐리기, 말꼬리 잡기, 견강부회 등의 수많은 일탈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쇼펜하우어의 토론술은 그러한 모든 비논리의 여지를 포함하여 실질적인 논쟁의 승리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목적은 실제의 논쟁에서 상대방의 부정직한 요령을 간파하여 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편집]
공격술[편집]
- 질문공세
- 고대 철학자들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특히 소크라테스가 애용한 방법. 질문을 퍼부어서 상대의 판단을 마비시키고 상황을 재빨리 벗어나게 하고 싶게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낼 것이다. 그럼 그 양보를 바탕으로 즉시 다시 너의 주장을 이어나아가야 한다.
- 분노유도
- 전두엽을 폭주시키면 비판적 판단 능력이 저하 또는 마비된다. 이 방법 또한 여러 가지가 있다. 말하는 중에 끊기, 발 올리기, 뻔뻔해지기 등.
- 상대방이 화를 내면 거기에 약점이 있다
-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찔리세요?"
- 유식한 척 하기 위해 어려운 단어를 쏟아낸다
- 청중이나 상대방이 자신이 단어를 올바로 썼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이는 폭포수처럼 쏟아내야 한다. 허튼소리도 그럴 듯하게 하면 엘리트들의 강연회처럼 들릴 것이다. 헤겔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이런 스킬이 없는 듯하다.
- 자기 주장에 유리한 비유를 선점한다
- 러시아 임정의 볼셰비키/멘셰비키, 종교개혁 시기의 프로테스탄티즘/열교 기타 등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무슨 소리냐 하면, '볼셰비키'는 다수파, '멘셰비키'는 소수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별명을 지은 이가 누구이겠나? 바로 볼셰비키 자신이다. 한편, 프로테스탄티즘은 개신교의 원어로, 저항주의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반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가톨릭에서는 개신교를 '열교'라 칭했다. '열등한 교리'라는 의미이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있다. 회사 측에서는 '애사심'으로 포장하려고 하지만, 노동자 측에서는 '열정페이'로밖에 보이잖는 것 등 말이다.
- 논거전복
- 상대방의 논거를 역이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촉법소년제도를 폐지하냐 마냐를 두고 토론한다 치자, 폐지 반대의 측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참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찬성 측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보다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있다.
- 약점만 물고 뜯기
- 상대방이 어물쩍 넘어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부지중의 약점일 가능성이 높다. 너는 그것만을 사냥하면 된다.
- 확대해석
- 용불용설로 유명한 라마르크가 한때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말미잘은 신경계가 없다!" 그러나 말미잘에게는 빛을 따라 움직이는 능력과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사냥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에 라마르크는 이렇게 답변했다. "말미잘 세포의 하나하나가 감각을 갖고 있다면, 말미잘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부 신경계가 퍼져 있다는 소리다. 이는 또한 말미잘이 이성적인 사고도 할 수 있다는 소리인 것이다. 보라, 이 인간보다도 우월한 동물을!"
- 거짓전제 이용
- 참에서는 거짓이 도출될 수 없지만, 거짓에서는 참이 도출될 수 있다!
- 증명되지 않은 전제 이용
- 두 청년이 푸줏간에 가서 각자 고깃덩어리를 주문했다. 푸줏간 주인이 고기를 꺼내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청년이 다른 청년의 주머니에 몰래 고기를 넣어뒀다. 푸줏간 주인이 돌아와 고기가 없어진 걸 보고, 각자에게 고기를 훔쳤느냐고 따졌다. 두 청년은 모두 훔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푸줏간 주인에게는 아직 고기를 누가 훔쳤는지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푸줏간 주인은 "어쨌든 당신들 때문에 고기가 사라졌으니 어서 내놓으시오!"라고 말했다.
- 흑백논리
- 가령 어느 막장 부모가 자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치자, "너는 부모의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해!" 이에 자식이 항변을 한다면, 그 내용에 무관하게 이런 말이 되돌아 올 것이다. "감히 부모의 명령을 어기겠다고?"
- 명제와 명제의 부정을 제시한다
- 이로써 상대방은 어떤 명제에 긍정하고 부정해야 할지 헷갈려지기 시작한다.
- 부분 긍정을 전체 긍정으로 해석하기
- 너의 주장 중 일부를 이루는 것 중 상대방과 의견이 비슷한 것을 먼저 제시한다. 상대방이 긍정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을 긍정하는 것으로 우기고,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을 모순적인 인간으로 몰아붙이면 된다.
- 권위에의 호소
- 계몽주의와 자유주의 등이 널리 퍼지고 나서야 시작된, 시민 혁명이 달성된 이후의 근대 세계에서, 이성을 가진 개인은 오로지 부르주아 계층의 남성에게만 국한되었다. 그 외의 자들이야 세네카의 말마따나 "판단하기 보다는 믿기를 바라"게 된다.
방어술[편집]
- 선수치기
- 토론의 주도권을 휘어잡아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바둑이나 오목을 두다 보면 상대방이 내 수에 따라 다닌다거나, 내가 상대방의 수에 휘둘린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던가? 이에 관해서는 바로 아래 참조.
- 삼천포 작전
-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에 대한 흑색선전을 할 때, 그 내용 중 하나가 '오바마는 케냐 출생'이라는 것이었다. 오바마는 한동안 대꾸를 안 하다가 자신의 출생기록증명서를 공개했다. 이에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졸라 쩌는 일을 해냈다. 그 누가 대통령의 출생기록증명서를 공개시킬 수나 있겠나?"
- 상대를 비호감으로 몰아간다
- 마르틴 루터가 바티칸에 들고 일어났을 적엔, 마르틴 루터와 교황청이 서로서로를 666이라고 몰아붙였다. 물론 지금이야 666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였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 궤변 vs. 궤변
- 제곧내
- "형편없는 내 머리론 네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 상대방을 횡설수설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이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했을 때, 이전의 학자들이 했던 말도 이런 식이었다. 물론, 칸트의 이론이 너무 유명해진 후로는 저들 모두 꿀을 먹게 됐지만 말이다. 한편, 이에 대한 올바른 카운터펀치는, "지나치게 겸손해 하시는군요. 당신의 그 탁월한 머리라면 제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실 텐데요?"
-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외친다
- 제곧내
-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은 아니다"
- 일종의 궤변에 속한다. 상대방의 논거는 긍정하면서도 그 결과를 부정하는 이 궤변은 정말로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결론이란 근거와 논리에 따라 정당화에 이르는 것이 합당한 순서'라는 추론 규칙에 어긋나므로 완전히 틀린 말인 것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은 이렇게 답하고 또 이렇게 덧붙여야 한다. "당신이 내 이론을 긍정했으니, 현실에서도 옳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다면 내 이론의 어디에 허점이 있는지 짚어 주시지요?"
-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 로또리치 주식회사는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로또에 당첨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조롱한다. "그럼 넌 왜 안 사?"
- 미묘한 차이로 방어하기
- 혹자가 인공지능을 주제로 직업 전망을 우려하고 있다면, '인공지능은 컴퓨터 상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라는 점과 '컴퓨터는 기계'라는 것을 적절히 섞어준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기계라는 집합의 원소라는 식으로 슬쩍 묻어갈 수 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식으로 답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기계다. 기계는 100년 전부터 우리의 일자리를 침식해 왔다. 인공지능도 그렇게 할 것이다."/"인공지능도 기계다. 그리고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날고 기어도 로켓처럼 날거나 고속열차처럼 달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돕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 사안의 보편화
-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났다고 치자. 디시뉴스에 이 기사가 올라온다면, 아마 야갤러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맨날 죽어 나가는 인간이 한둘이냐? 새삼스럽게시리."
-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굳힌다.
- 쇼펜하우어 당신의 일이다. 쇼펜하우어가 다른 누구와 철학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쇼펜하우어가 스토아 학파의 행동을 칭송하고 헤겔을 "터무니없는 내용만 쓰는 놈"이라 말했다. 그러자, 상대방이 말했다. "스토아 학파도 터무니없는 내용만 쓰지 않나요?" 이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피해 갔다. "나는 스토아 학파의 '행동'을 칭송하였지 '이론'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헤겔에 대해 말한 것은 '이론'에 관한 것입니다."
- 동음이의어 활용
-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있으면서 B-1 폭격기를 너무 많이 샀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이에 레이건은 보좌관을 불러 비타민 B1을 왜 그렇게 많이 샀냐고 따졌다. 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고, 이 사건은 유야무야 묻힌다.
- 상대가 무리수를 두도록 자극한다.
- 제곧내
- 청중에게의 호소
- 청중은 무식하다. 전문적인 지식을 쏟아낼 바에야 냉소 하나면 깔끔하게 완승할 수 있다.
페이탈리티[편집]
- 서둘러서 결론을 내라
-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결론을 서둘러 내야 한다.
- 명절 선물 세트를 사려고 한 사람이 저렴한 것은 다 팔렸냐고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그것은 이미 다 팔렸고 그보다 더 비싼 것은 아직 남아있는데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구매자는 어쩌면 상품이 없었다면 선물 세트를 안 사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기 많은' 더 비싼 세트가 있다니, 왜인지 안 살 수가 없게 느껴질 것이다.
- 이미 승리한 것처럼 뻔뻔해지기
- "이번 프로젝트에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 너는 입사 면접 볼 때, 회사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지 않았나? 혼자 다 하게!"
- 억지 결론 내리기
- 상대의 의중에도 없는 것을 끼워 넣어 억지 결론을 지은 다음, 다시 그 엉뚱한 명제를 끄집어내어 공격한다.
- 반증하기
- 더글라스 맥아더는 한국 전쟁 중에 인천 상륙 작전을 건의했다. 수뇌부는 조수간만 차가 크고 암초도 많은 인천에 낙동강 방어하기에도 벅찬 병력을 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맥아더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적이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 동기를 건드려서 의지에 호소하기
- 사형제 존폐를 두고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한다. "네 가족이 무참하게 당해도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을 찬성할 거냐?" 여기에 찬성한다고 하면 또 이런 말이 날아올 것이다. "이렇게 자기 가족에게도 무정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 일부를 반박함으로써 전체를 물리친다
- 제곧내
- 내 결론을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 제곧내
- 마구잡이로 질문을 던진다
- 필요한 질문이든 아니든 마구잡이로 던져 상대가 내 의중을 알 수 없게 한다.
- 안개작전
- 역설적이거나 모순적인 명제를 제시하고서는 그 명제를 풀고 싶어하는 느낌을 풍겨낸다. 상대가 그걸 거부한다면, 그 명제는 부조리한 것임이 증명되고 난 승리한다. 상대가 그걸 받아들인다면, 어쨌든 나는 합리적인 말을 한 셈이다.
- 인신공격
- 제곧내